캘리포니아에서 모기지로 집을 사면 Homeowners Insurance(주택보험) 없이는 대출 자금 자체가 집행되지 않습니다. 클로징 직전에 보험 문제로 딜이 멈추는 상황을 저는 에이전트로 일하면서 실제로 여러 번 봤습니다. 그때마다 느끼는 건 하나입니다. 보험은 서류 더미 안에 끼어 있는 항목이 아니라, 오퍼를 결정하기 전에 먼저 확인해야 할 조건이라는 것입니다.
보험이 필수가 된 배경, 법이 아니라 렌더가 요구합니다
캘리포니아 주법이 주택보험 가입을 강제한다고 알고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정확히는 다릅니다. 캘리포니아 주 자체에는 주택 소유자에게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법 조항이 없습니다. 의무가 생기는 건 모기지(Mortgage)가 끼는 순간입니다. 모기지란 금융기관이 집을 담보로 설정하고 빌려주는 주택 담보 대출을 뜻합니다.
렌더(Lender), 즉 돈을 빌려주는 금융기관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유가 명확합니다. 담보물인 집이 화재나 재해로 사라지면 담보 가치도 함께 사라집니다. 그래서 대출 조건으로 Homeowners Insurance 가입 증명을 요구하는 겁니다. 미국 소비자금융보호국(CFPB)도 모기지 대출 시 대출기관이 주택보험 가입을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 사실을 모르고 계약부터 진행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계약서에 사인하고 대출 신청을 넣은 뒤에야 보험부터 알아봐야 한다는 걸 알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 시점부터는 시간이 촉박해지고 선택지가 줄어듭니다. 그러면 좋은 조건의 보험을 꼼꼼하게 비교하기가 어려워집니다.
보험료보다 먼저 확인할 것, 가입 가능 여부입니다
프리미엄(Premium), 즉 보험료가 얼마인지 비교하는 것은 당연히 중요합니다. 그런데 캘리포니아에서는 그 전에 확인해야 할 게 따로 있습니다. 해당 주택에 보험 자체가 가입되는지 여부입니다. 이 순서를 놓치면 나중에 꽤 곤란해집니다.
캘리포니아는 산불, 홍수 등 자연재해 리스크가 높은 지역이 넓게 퍼져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주요 보험사들이 신규 계약을 중단하거나 아예 캘리포니아에서 철수한 사례가 잇따랐습니다. 이 때문에 일반 보험 시장에서 아무리 찾아봐도 보험을 구하지 못하는 주택이 실제로 존재합니다. 저도 "보험은 어차피 들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던 물건이 알고 보니 일반 보험사에서 전부 거절당한 케이스를 직접 봤습니다. 그 집 자체는 정말 괜찮았는데, 결국 딜이 깨졌습니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 California Department of Insurance는 California FAIR Plan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FAIR Plan이란 일반 보험 시장에서 가입이 거절된 고위험 주택 소유자를 위한 최후의 보험 수단으로, 주 정부가 운영을 지원하는 보험 풀(Pool)입니다. 다만 FAIR Plan은 일반 Homeowners Insurance와 보장 범위가 다릅니다. 화재 등 특정 위험에 대한 보장은 제공되지만, 일반 주택보험처럼 다양한 손해를 포괄하는 패키지 형태가 아닙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짚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FAIR Plan이 있으니 최악의 경우에도 보험은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렇게 단순하게 보지 않습니다. 렌더가 FAIR Plan만으로는 대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하는 경우도 실제로 있었습니다. 보험은 해결됐는데 대출이 안 되는 상황이 생기는 겁니다. 그러니 오퍼를 넣기 전에 보험 브로커에게 해당 주소지의 보험 견적과 가입 가능 여부를 먼저 확인해달라고 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오퍼 전에 확인해야 할 항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일반 보험사에서 해당 주소지에 Homeowners Insurance 가입이 가능한지 여부
- 프리미엄(Premium) — 연간 및 월 환산 보험료
- 디덕터블(Deductible) — 보험금을 받기 전 본인이 먼저 부담해야 하는 금액
- 커버리지(Coverage) — 화재, 도난, 자연재해 등 어떤 위험까지 보장되는지
- 렌더가 요구하는 최소 보험 조건 충족 여부
월 주거비 계산, 보험료까지 넣어야 진짜 숫자가 나옵니다
집을 살 때 예산을 세울 때 집값과 모기지 원리금 상환액만 보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고객들과 예산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처음에 잡은 숫자와 실제 생활비 사이에 꽤 차이가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라는 반응을 보이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모기지 대출을 이용하면 에스크로 어카운트(Escrow Account)를 통해 매월 납부하는 구조가 됩니다. 에스크로 어카운트란 렌더가 관리하는 별도 계좌로, 재산세(Property Tax)와 주택보험료를 매월 모기지 납입금에 포함시켜 자동으로 적립하고 납부하는 방식입니다. 이 구조 덕분에 매달 고정 지출에 보험료가 이미 포함되어 있는 셈인데, 이를 모르고 모기지 원리금만 놓고 예산을 잡으면 실제 납입금에서 당황하게 됩니다.
실제 월 주거비를 계산하려면 모기지 원리금(원금+이자), 재산세(Property Tax), Homeowners Insurance, HOA(주택 관리 조합비), 유지 보수 비용까지 모두 더해야 합니다. 캘리포니아의 재산세는 통상 집값의 1~1.25% 수준입니다. 보험료는 집마다 편차가 큽니다. 제 경험상 같은 시세의 집 두 채를 비교했을 때 보험료가 두 배 가까이 차이 난 경우도 있었습니다. 산불 위험 지역에 있는지, 지붕 교체 시기가 언제인지, 전기 시스템이 얼마나 오래됐는지에 따라 연간 보험료가 수천 달러 달라지기도 합니다.
집값이 같다고 월 주거비가 같은 게 아닙니다. 집을 보러 다닐 때부터 에이전트에게 해당 주택의 예상 보험료 범위를 같이 확인해달라고 하는 것이, 나중에 숫자 앞에서 당황하지 않는 방법이라고 저는 봅니다.
캘리포니아에서 집을 살 때 보험은 나중에 챙기는 서류가 아니에요. 오퍼를 결정하기 전에 보험 가입 가능 여부와 견적을 먼저 확인하고, 그 금액을 월 주거비에 포함시켜 예산을 다시 계산해보는 것이 현실적인 순서입니다. 집이 마음에 드는 것과 그 집을 실제로 감당할 수 있는 것은 다른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보험까지 확인한 뒤에야 진짜 예산이 나온다고 저는 봅니다 . 실제 주택 구매 시에는 해당 분야 전문가와 반드시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